공무원 시험 한국사 강의하시는 신영식 선생님의 글입니다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저는 참으로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제 답사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처음 전해 듣고 나서,
어제와 오늘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가운데 낮에 잠깐 분향소에 들러

이제 서야 제 홈피를 통해 제 심정을 간략하게나마 남기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아왔던 제 삶 전체의 롤 모델이었고,
제게 도전해서 안 되는 일은 없고, 모든 일은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분이기에 저는 지금 매우 슬픕니다.

수험생 여러분들도 다 아는 것처럼 저는 단 한번도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뽑은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 분께서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저는 그 분의 행적을 모두 알고 있었고,
수업 시간에 우리 학생들도 3당 통합에 그분이 혼자서 반대한 일이며, 부산 시장 선거와 2000년 부산 총선에서 낙선될 때

빈 공터에서 혼자 연설한 사실 등 저를 통해 그 분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히 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그 분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 정치에서 이후
그분이 받아야할 고통과 상처가 대단히 클 것은 뻔한 일이고, 어쩌면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그러한 것처럼
그 분이 가지신 초심도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노동자와 서민들의 희망으로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랐습니다. 2003년 선거에서 그분은 젊은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모은 돼지 저금통의 정성을 노란 풍선에 담아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더이상 대한민국에서의 선거가 돈과 권력이 아닌 국민의 뜻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정치는 개인적 능력이나 재력을 가진 자의 산물이 아니라 도덕성과
이 나라와 민에 대한 책임을 가진 자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가져왔던 이기주의 꼴통 집단들의 반격은
그 분이 2003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얼마 안가 대대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을 때, 언론사와 재벌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공약은 관습헌법 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말도 안되는 헌재의 논리에 묻혀버렸고,
이후 경기의 침체와 언론의 조작에 휘말려 국민들조차 점차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권 말기 '노무현스럽다.', '노무현 때문이다.' 등등 비아냥거리는 신조어가 태어났고,
저는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이 대단히 못마땅했었습니다. 특히 제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은 잘 알겠지만
저는 수업시간에 '여러분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지켜봐주면 안되겠냐?'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결국 정권이 바뀌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기로 결정하고 봉하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저는 노 전 대통령께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로 가시는 모습에 매우 기뻤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이명박 새 당선자에 대한 기대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지만,
저는 훗날의 역사는 반드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재평가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칼과 이에 대항하는 국민들의 피로 점철된 이전의 현대사의 암울한 흐름을 바꾸어
대통령도 술자리에서 씹을 수 있는 자유로운 언론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어 주었고,
'반공'과 '북한 괴뢰정권 타도' 만을 강조하던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기의 논리를 벗어나
다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대한민국 사회에 그리려 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만 보더라도 훗날의 역사는 반드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재평가할 것이라는 점에 전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기주의 꼴통 집단들은 재임 시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침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개 인간으로 사는 것도 못마땅했나 봅니다.
봉하마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도 보기 싫었나 봅니다.

  여정부 때의 과거사 청산 문제나 근현대사 교과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것을 친일파와 민족 반역자들의 후예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까지 - 비록 역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기 힘든 일이지만 - 그나마 참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자신들의 과거가 공개되는 이상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저항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 놓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정책을 현재의 집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조정한다는 것과 현재 정치적 집단과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정책이 결정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게 뭡니까? 제발 이전에 반복했던 정치적 보복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 정권에서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박연차 게이트의 연장선상 - 금품 수수 사건과 관련된 정당한 검찰의 조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10억이라는 돈, 당시 환율로는 9억 5천만 원의 돈...... 권양숙 여사가 돈을 요구했고 받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요. 네... 잘못입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왔던 도덕성에는 참으로 큰 흠집이 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들(이기주의 꼴통 집단)이 원한 것이 박연차 게이트에 관한 검찰의 철저하고도 진실된 조사뿐이었을까요?

오히려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인간 노무현'으로도 살 수 없게 하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있어서, 평생을 도덕성과 책임의 상징적, 희망적 존재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있어서,
이러한 사건은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삶의 가치가 송두리 채 무너질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그 분께서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따르는 수만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셨을까요?
- 저는 그분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 한 말 "담배 있나?"가 담고 있는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그분의 죽음 앞에서 제가 부끄러운 것은 왜일까요? 그 분께서 저를 알지도 못하고, 제가 그 분을 지켜 드릴 의무가 있던 사람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우리 희망의 죽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우리 모습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은커녕 자신을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가난과 짧은 가방끈의 굴레를 벗어던졌으며, 보장된 조세 전문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으면서 개인의 혁명을 이루었고, 시종일관 학벌, 지역, 성별, 연령, 재력에 관계없는 그냥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사회의 혁명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그 사회적 혁명의 책임은 그 분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 분의 죽음 앞에서 너무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한 가운데 제 마음을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그 분은 멀리 가셨지만 우리 수험생 여러분들이 그 분이 지향했던 삶의 가치를

꼭 한번쯤은 가슴에 새겨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바꿔야 합니다. 지역적 차별과 성적 차별이 없어져야 합니다.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없는 사람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제3의 노무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사람 사회는 우리 모두가 사람 자체를 삶의 가치로 인식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수험생 여러분들이 사람을 가슴으로 사랑하는 공무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9년 5월 25일 새벽에 신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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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니어그램김현정 화사한님